집중력·반사신경·정신 건강까지…‘놀이’로 여겨졌던 탁구의 재발견
어린 시절 지하실 한켠에 놓여 있던 탁구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락 기구에 가까웠다.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탁구대는 심심할 때 잠시 공을 주고받는 용도였고, 탁구는 푸스볼이나 에어하키, 비디오게임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경쟁 스포츠라기보다는 시간을 보내는 놀이에 가까운 인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스포츠 과학과 심리학 분야에서는 탁구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 UNC 그린즈버러 대학의 스포츠 심리학자이자 교수인 앨런 추(Alan Chu)는 탁구가 집중력, 반응 속도, 인지 능력, 정신적 안정에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추 교수는 “탁구는 나를 가장 빠르게 ‘몰입(flow)’ 상태로 이끌어주는 운동”이라며 “마음챙김(mindfulness)을 자연스럽게 훈련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몰입 상태란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정의한 개념으로, 외부 잡념이 사라지고 현재의 활동에 완전히 집중하는 정신 상태를 의미한다.
홍콩에서 성장하며 탁구를 접한 추 교수는 대학 시절까지 경쟁 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개인적 상실이나 직업적 좌절을 겪은 뒤에도 탁구를 치는 순간만큼은 복잡한 감정에서 벗어나 현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빠른 랠리 속도와 짧은 반응 시간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프로 선수들이 탁구를 즐기는 이유
이러한 특성은 엘리트 선수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 특히 포수와 내야수들 사이에서 탁구는 이미 일상적인 훈련 도구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포수 존니 페레다(Jhonny Pereda)를 비롯해 여러 프로 선수들이 탁구를 통해 눈과 손의 협응 능력, 반사 신경, 예측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탁구 공은 시속 수십 마일로 날아오며, 회전과 궤적이 끊임없이 변한다. 선수는 짧은 순간 안에 상대의 움직임과 공의 회전을 읽고 정확한 타이밍에 반응해야 한다. 이는 실제 경기 상황에서 요구되는 인지 처리 능력과 유사하다.
◇ 뇌 건강과 정신적 효과
연구자들은 탁구가 단순한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 운동과 달리, 신체 활동과 고도의 인지 활동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특성은 기억력 유지, 치매 예방, 스트레스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탁구는 운동 강도가 비교적 낮으면서도 두뇌 자극이 크기 때문에, 고령층에게도 적합한 스포츠로 평가된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탁구가 노년층 인지 훈련 프로그램에 활용되고 있다.
◇ 일상 속에서 접근 가능한 스포츠
탁구의 또 다른 장점은 접근성이다.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도 가능하고, 장비 비용도 낮으며,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 경쟁 스포츠로도, 가벼운 여가 활동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탁구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신체와 정신을 동시에 단련할 수 있는 고효율 스포츠”라고 평가한다. 오랫동안 과소평가돼 왔을 뿐, 과학적 근거와 실제 사례는 탁구의 가치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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